전국 지자체들이 소방사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본격적인 ‘특별회계’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내년 예산부터 반영되는 특별회계가 열악한 소방 재정의 안정화를 이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반면 지자체들이 내놓는 현재의 조례안이 오히려 정책사업비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해 5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각 지자체는 2016년도 예산부터 목적세인 지역자원시설세를 중심 재원으로 하는 특별회계를 설치ㆍ운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충남, 강원 6개 시ㆍ도가 조례안을 입법예고를 마쳤거나 예고 상태에 있다. 나머지 11개 시ㆍ도의 경우에도 이달 중 이러한 특별회계 설치 조례안을 입법예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회계는 지자체 예산 중 목적세로 구분되는 ‘지역자원시설세’를 기본 재원으로 하는 예산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러한 특별회계를 소방안전특별회계로 구분하고 소방사무 관련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초 입법 예고기간을 마친 서울시 조례안에는 지역자원세설세액과 소방안전교부세, 소방법규 위반에 따른 과태료나 과징금, 이행강제금,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 국고보조금, 특별회계 운영에 따른 수입금 등을 세입으로 잡도록 했다.
세출의 경우 소방사무 및 소방시설에 필요한 비용, 소방시설 확충 사업비, 소방업무 사업비 등에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러한 조례안이 통과되면 현재 일반회계로 편입ㆍ운용돼 온 ‘지역자원시설세’가 특별회계로 바뀐다. 소방시설 확충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별도의 회계 구분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간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자체의 일반회계로 편입돼 소방재원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년도 전국 지역자원시설세는 1조 2천억 원 규모로 전체적인 지방 소방 예산 3조 5천억 원의 34.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조 2천억 원의 총 지역자원시설세 중 실제 소방정책사업비에 집행되는 예산은 8천 5백억 원으로 70% 수준이다.
관련법상(지방세법) 지역자원시설세는 소방시설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데 써야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보통세나 지방교부금 등 다른 예산과 섞어 인건비 등 타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회계의 설치는 소방재정력 확보에 있어 그만큼 의미가 크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내놓고 있는 조례안이 통일되지 못한 형상을 보이면서 적잖은 우려를 낳는다.
현재 조례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6개 시ㆍ도 중 4곳(서울, 부산, 광주, 대전)은 특별회계에 인건비를 포함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건비를 특별회계에 포함하면 순수 정책사업비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인건비를 세입과 세출로 잡으면 일반 회계에서 전입되는 예산이 적을 경우 정책사업비로 쓰여져야 하는 지역자원시설세나 소방안전교부세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올해 신설된 소방안전교부세를 특별회계에 반영한 곳이 있는가 하면 포함하지 않은 곳이 있고 소방법규 위반에 따른 과태료나 과징금 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소방정책사업비로 쓰이는 예산이 지역자원시설세 규모 보다 큰 세종,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7개 시ㆍ도는 특별회계로 잡히는 예산이 줄어 오히려 이전보다 정책사업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30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주재로 열린 '소방재정 운영 효율화를 위한 관계관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각 시ㆍ도 본부 소방행정과장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박두석 소방조정관은 “최근 일부 시도의 경우 순수 정책사업비만으로 이루어지는 특별회계가 아닌 인건비를 포함하는 특별회계 설치 조례가 제정 중에 있어 소방정책사업비가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며 “지역자원시설세의 규모가 작은 일부 시도에서는 기존 소방정책사업비가 소방안전교부세의 교부 이전 보다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최영, 이재홍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