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 소방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하루 수십 번씩 목숨을 걸고 출동하며 근무하고 있다. 또 선진 소방에 비해 낙후된 환경과 미비한 장비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다.
소방관을 영웅이라 칭하며 그들의 봉사 정신에 감사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의 소방공무원은 위험한 직업으로 인식되며 높은 이직률과 과중한 업무, 부상 그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소방공무원들은 항상 ‘골든타임’이라는 긴박함 속에서 업무를 보지만 그들을 위하고 배려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 선진국 소방서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랜 기간 수많은 화재와 재난을 겪으면서 행정적, 공간적, 순차적 변화를 거치고 있다. 그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나 규모에 맞는 소방업무 공간이 표준화될 수 있었다.
소방서 공간의 표준지침서(standard manual)가 개발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의 컨디션과 업무 효율을 최상으로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소방서 공간에 관해 연구해 왔다. 우리나라 소방서 공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해 외국 실사례를 토대로 한 국내 소방 공간의 문제점과 보안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소방서 디자인의 규정이 명확한 미국 소방서를 소개한다. 미국 소방은 17세기 영국인들이 이민 초기에 그들의 정착지를 지키기 위한 주민의 자발적인 자원봉사로 시작됐다.
20세기에 이르러 기본적인 화재진압뿐 아니라 전문적인 작업에 대한 서비스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고층건물 화재진압과 밀폐공간 구조, 건축구조에 대한 이해, 산림화재 및 위험물질 사고대응 등이 추가되면서 인명구조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강조됐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소방서는 화재진압 때마다 보험회사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며 소방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더불어 1871년 시카고 대형사고로 엄청난 사상자와 경제적 손실을 겪은 뒤 화재예방법과 건축ㆍ소방법규가 신설됐다.
2001년 911테러에서 343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은 것을 계기로 소방 전문인력을 확대했고 견고하면서도 강력한 소방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미국은 지방자치 행정이 발달한 대표적 연방제 국가로 전체적인 특징이 일률적이지 않고 각 주마다 세부사항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방정부에서는 소방법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주 정부 단위로 소방관계법령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미 연방 소방국(National Fire Department census)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129,250명의 소방대원이 미국 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중 31%만이 직업 소방관이고 72%는 의용소방대원이다.
소방서는 전국적으로 30,145개 서에 이르고 우리나라 119안전센터에 해당하는 Fire Station은 55,400개소에 이른다.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숫자와 비교했을 때 미국의 소방대원은 우리나라의 33배에 달하고 소방산업 또한 훨씬 더 발전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소방서는 크게 소방대원의 근무형태와 고용조건에 따라 ▲100% 직업소방관으로 이뤄진 Career ▲51%이상이 소방관인 Mostly Career ▲51%이상이 의용 소방대원인 Mostly Volunteer ▲100% 의용소방대로 이뤄진 Volunteer 등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전체 71%를 차지하고 있는 Volunteer에 비해 Career의 경우는 고작 8%에 불과하다. 또 지방, 카운티, 특별자치구, 비영리 단체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조직돼 Fire Protection Districts, Fire divisions, Fire Companies, Fire Bureaus, Fire-Rescue 등과 같이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소방서 건축의 특성은 매우 체계적이다. 소방서의 다양한 기능과 지역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행정과 트레이닝, 주거, 여가활동과 더불어 지역사회 교육, 관련 장비와 차량의 유지보수, 그리고 유해물질 보관의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 소방서 건축 시 고려되는 기능이다.
여기에 더해 소방서는 전문 소방관들의 점유 공간이지만 동시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의 교육이나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각 소방서의 수행업무 특성과 장비의 크기, 소방서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예로 비행장의 소방서는 비행기와 비행경사로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항 활주로 인접지역에 위치하고 유해물질 대응이 많은 소방서는 물질유출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이렇듯 미국 소방서는 건축 당시부터 특성을 고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다음 회에는 소방서의 주요 수행공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부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 교수 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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