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여의도 정경련회관에서 열린 ‘화재 시 연기 거동에 따른 인명피해 발생 메커니즘과 그 대책’세미나에서 김흥열 박사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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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안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의 거동 특성과 인명피해 발생 요인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문제점 도출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15일 ‘화재 시 연기 거동에 따른 인명피해 발생 메커니즘과 그 대책’이라는 주제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화재소방 분야 학계 전문가와 소방기술사, 연구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사단법인 도시생명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국민안전처 ‘소방안전 및 119구조ㆍ구급기술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인 ‘연기 거동 및 제어환경 변화에 따른 피난 훈련용 실화재 훈련장 개발’ 과제 수행 과정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연기 위험성에 대한 논의를 거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연구는 화재 시 연기 거동에 따른 피난유도능력 배양을 통해 공공 소방력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일반 국민에게 화재와 연기 거동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배양시켜 자구 대응이 가능한 교육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주관 연구기관인 건설연(책임 연구원 김흥열)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도시생명네트워크가 협동 연구기관으로는 참여하고 있으며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 연구기관으로 과제를 수행 중이다.
4년간 총 44억이 투입되는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오는 2018년에는 7층 규모의 실화재 피난 훈련장이 충남 공주시 사곡면 일대 소방방재 교육연구단지에 들어서면서 대국민 화재안전을 위한 새로운 교육훈련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연 김흥렬 박사는 “현재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연구 개발이 완료되면 대국민 교육 효과와 극대화를 통해` 국민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박사는 “앞으로는 실용성을 확보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화재진압과 배연전술은 물론 건물 내 인명구조 전술과 방화ㆍ소방시설 필요성,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방관의 교육훈련과 대국민 화재안전을 위한 체험 훈련장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피난 및 소방전술에서 연기 유동의 고려요인과 대책의 수립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자로 나선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윤명오 교수는 먼저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 주제발표하는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 © 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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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실제 화재 시 검은 연기가 발생하면 공포감을 느끼고 피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를 안정화하고 대피로를 어떻게 확보하는지는 피난자 안전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기의 위험성과 문제는 상식적인 부분부터 따져야 하는 것”이라며 “화재진압 측면에서도 연기로 인한 시각 장애와 화점 확인이 곤란한 문제를 불러오게 되고 나아가 엉뚱한 곳에 물을 뿌려 불도 못 끄고 연기 층을 하강시키는 등 불안정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제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를 옛날처럼 단순히 인명안전만을 위한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이것은 시대에 맞지 않은 발상”이라며 “산업 형태가 정밀화되면서 관련 기기에 손상을 입히거나 파손될 경우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앞으로는 화재 시 연기의 위험성에는 재산 피해 부분까지 고려하도록 해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산에서 발생한 아파트형 공장 화재로 정밀기계를 운영하던 기업의 경영 시스템이 멈췄고 화력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끊긴 사고 등을 연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사례로 꼽기도 했다.
이어 윤 교수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입장에서도 훈련 시설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방관의 입장에서는 연기 위험성에 따른 진압 기술과 판단력을 수십 번의 화재 현장 경험을 통해 쌓게 되는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역시 화재 건수는 늘지만 대규모 화재는 늘지 않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경험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것에는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화재 훈련 시설 등을 증설해 소방관들이 현장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화재 적응력을 의도적으로라도 기를 수 있도록 훈련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세계적 추세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명오 교수는 시설 구축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부분에 대해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짓게 되는 훈련시설은 시스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잘못 만들면 피난자가 소방시설이 없는 곳에서의 상황을 재현하게 된다”며 “소방시스템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기계를 써도 실제 건물이 완성된 상태의 형상과 연기의 색상, 온도 등을 재현하기는 힘들다”면서 “연기를 체험하는데 있어서는 부력과 관성력 등을 고려해야만 현실적인 훈련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동경이과대학교 Masayuki Mizuno 교수는 ‘초고층 화재 시 연기 피난사례를 통해 본 일본의 안전대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일본의 연기 대책을 소개했다.
▲ 일본 동경이과대학교 Masayuki Mizuno 교수 © 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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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no 교수는 “일본에서는 초고층 설계 시 화재 발생을 고려해 스펜드럴 등 구조를 고려하고 있고 특히 계단실의 연기 유입을 막기 위한 계단 앞 전실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화재 시 어떻게 피난자를 안전하고 신속히 피난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계단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연기가 유입되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일본에서는 고층건물에서 어떻게 하면 순차적인 피난이 가능할지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현장의 실상과 연기 거동에 의한 소방활동 저해요인’이라는 주제 발표자로 나선 군포소방서 이점동 소방행정과장(소방기술사)은 “화재 발생 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유독 가스와 연기로 인한 질식”이라며 “통계상으로는 화재 사망자 중 60% 이상이 연기에 질식사한다고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80~90% 이상이 연기로 사망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점동 과장은 연기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 국내 법규상 화재감지기 설치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주제발표하는 군포소방서 이점동 행정과장(소방기술사) © 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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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화재감지기 법규에 아파트 침실 등에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자는 것을 고려해 신속한 대피가 가능토록 한 것”이라며 “오피스텔이나 수련원 숙소, 요양시설 등 취침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도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승강로를 수직 덕트로 이용하는 급기가압제연시스템(이앤피아이(주) 박재현 소방기술사) ▲연기 거동에 따른 최신 감지설비 적용사례 및 발전방안)((주)GFS 하태준 소방기술사) 등 제연 기술와 화재감지 기술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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