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김형렬 칼럼] 특허가 없는 여행 산업-여행신문에 대한 상세정보
[김형렬 칼럼] 특허가 없는 여행 산업-여행신문
작성자 관광과 등록일 2011.10.17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요즘 세계는 흥미로운 전쟁 한 편을 관람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IT 기업 두 곳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미국의 애플이 세계 각국에서 양사가 가진 특허를 서로 침해했다며 법정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1차전이 벌어진 독일에서는 애플이 승리해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지만, 통신 관련 특허를 압도적으로 보유한 삼성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의 이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누가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지도 관심거리지만, 여행업계의 관점에서는 부러운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여행 상품에는 특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어느 여행사가 새로운 지역에 특색있는 상품을 만들어 좀 된다 싶으면 머지않아 바로 카피 상품이 등장하고 곧이어 가격 다운과 이로 인한 과당 경쟁으로 시장이 망가져버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상품을 들 수 있다. 이 상품은 2000년대 초반 한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가 태국에서 육로로 다녀오는 상품을 만들어 히트를 치자 너도 나도 뛰어 들어 지금은 덤핑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결국 그 상품을 최초로 개발했던 여행사는 명운이 기울어져 버렸다.

여행상품의 속성상 전자제품처럼 특허를 부여받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사실 남들이 하는 것 보면 나라고 못할 리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내 마진을 조금 줄이면 가격 때문에 손님을 끌 수 있을 것이란 유혹에 빠진다. 이런 달콤한 유혹은 나에게는 곧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전체 여행 시장을 놓고 보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업체들끼리는 제 살 깎기가 되고 고객들에게는 상품의 질을 저하시켜 전체 여행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나쁜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허와 같은 보호막이 없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허의 속성은 가장 높은 전문성에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 경험, 노하우 등이 없다면 특허 자체가 나올 수가 없다. IT와 같은 제조 분야에서는 이런 전문성을 높이 사서 특허란 방법으로 국가가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여행사들이 특허를 받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특허와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뵌 한 어른은 현재의 여행 산업이 물 밖으로는 웃음 어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물밑에 잠긴 몸은 어떻게 하면 빠져죽지 않을지 궁리하며 허우적대고 있다고 표현하셨다. 또 한 업계의 중년 기자는 상위 1~5위 여행사를 빼면 거의 모든 여행사가 적자라고 전했다. 게다가 상반기 오케이투어를 비롯한 중견 여행사들이 정리됐다. 하반기에는 글로벌금융위기로 다시 한 번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잘 치고 나가는 여행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올 여름시장이 작년보다 좋지 않았다고 이구동성 말하지만, 인천공항의 내국인 출국자수는 작년보다 1% 정도 웃돌았다고 한다. 결국 시장은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옥’에 해당되는 여행사들의 키워드는 바로 ‘전문성’이 될 것이다.

 
여행신문 tktt@traveltimes.co.kr
첨부파일